08:00 전날의 고된 일정으로 기절하듯 자고 일어났더니 마치 물감이라도 풀어놓은 듯한 엄청나게 파란 하늘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라나다의 날씨는 정말 쾌청이라는 표현이 딱인 날씨네요. 느긋하게 나갈 준비를 하고..
사실은 이날은 다음 여행 도시인 네르하로 이동을 해야하기 때문에 다시 가방을 정리해서 나갈 준비를 모두 마치고는
10시즈음 느긋하게 밖으로 나갔습니다. 이사벨 광장에서는 또 다른 투어를 위한 팀들이 집합을 해있더군요.
이런 날씨에 알함브라를 간다면 어제만큼 멋진 여행이 될 것이라 이들을 부러워하며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이사벨 광장을 지나 거리를 따라내려가면 상가 골목이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일명 아랍상점가라 불리는 곳인데 골목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아케이트처럼 펼쳐지는 상가들
그리고 좁은 골목들이 미로처럼 느껴집니다. 골목을 빠져나오면
사각형의 광장이 펼쳐지는데 이곳이 바로 비브 람블라 광장입니다.
뭔가 이벤트를 준비하는지 상자와 빨간 십자가를 쌓나왔는데 색깔이 하필 제가 좋아하는 조합이라..ㅋㅋㅋ
이 광장에는 아침 일찍부터 하는 100년 전통의 츄러스 가게 Gran Cafe at Bib Rambla(그랑 카페 앳 비브 람블라)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길거리 간식쯤으로 알려진 츄러스는 사실 스페인에서는 아침 메뉴. 대문에 상가가 아직 문을 다 열지 않은 오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나와 츄러스를 먹고 있었습니다.
가게 내부는 이런 분위기로 츄러스 외에도 간단한 아침식사와 디저트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카운터 석에 앉아 츄러스를 시켰더니 딱 보기에도 장인처럼 보이는 나이가 지긋하게 든 쥔장이 직접 츄러스 반죽을 기름에 짜셨습니다.
돌돌말린 반쭉을 길게 쭉쭉 짜길래 저게 몇인분이려나? 하고 멍하게 지켜보는데
통째로 튀겨서 저렇게 기름을 뺀 뒤 가위로 서걱서걱 잘라주십니다.
헉.... 저 길다란 츄러스가 그대로 1인분. ㅠ.ㅠ
그리고 진한 쵸콜릿에 갓 튀겨낸 바삭바삭 츄러스를 찍어먹으면 되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츄러스처럼 설탕도 묻히지 않고 시나몬 가루도 없습니다. 그저 소금간만 된 짭조름한 밀가루 튀김..ㅋ
그래서 맛이 없었다던 리뷰도 많은데 저는 그 단백한 맛이 그리 싫지 않았습니다.
오물렛도 하나 더 시켜서 아침식사를 마쳤는데 오믈렛은 아무런 간이 안된 싱거운 오물렛.
뭔가 스페인식 투박한 시골밥상을 먹은 느낌이었네요. ㅋ
10:40 식사를 마치고 광장을 돌아 도착한 곳은
그라나다 대성당입니다.
상점가 사이 작은 광장과 함께 자리잡은 이 오래된 성당은 무려 1500년대부터 짓기 시작해 1700년대에 완성됐다고 합니다.
그 때문인지 어마어마한 규모는 카메라 한번에 담기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이 건물에는 이슬람 양식은 물론 고딕양식, 르네상스 양식 등 다양한 건축양식이 모두 집대성이 됐다고 하네요.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면 엄청나게 큰 석조기둥과 끝도 없이 펼쳐지는 기도실의 규모에 일단 압도 당합니다.
중심부로 들어서면 뭔가 엄청난 유물과 함께 아름다운 황금 장식이 가득한 돔이 펼쳐집니다.
이 돔은 스테인클라스와 함께 다양한 그림들로 치장이 되어 있는데 벽면 하나하나마다 엄청난 공이 들어간 것은 물론이고 창으로 쏟아지는 빛이
주변의 차가운 돌의 내부와 대비를 이루며 마치 신의 미소같은 느낌을 주더군요.
가우디의 성가족성당 이후로는 성당에 감탄할 일이 없을꺼라 생각했는데
이슬람의 디테일과 스페인 왕정의 거대한 스케일이 함께 어우어진 이 성당은 세월의 흔적부터 모든 것이 그냥 어마무시 했습니다.
영화에서나 봤던 화려한 제단과 양피지에 새겨진 성경까지....
지금이라도 오랜 수도사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입니다.
게다가 이 성당의 놀라운 점은 모든 벽면을 가득 채운 문화재급 성화들....
이후 마드리드에서 미술관투어를 다녔지만 그에 못지 않은 오래된 그림들이 성당의 모두 벽들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규모가 너무 크다보니 수평수직도 안맞는 세로 사진을 자꾸 찍게 되네요 ㅠ.ㅠ
이러다 종교인도 아닌데 성당투어의 매력에 빠질 것만 같습니다. ㅋ
커다란 파이프 오르관에서 나오는 소리도 좀 궁금한데 말이죠..ㅋ
그렇게 약 1시간 가량을 정신없이 성당을 관람하고
기념품을 몇개 산 뒤 밖으로 나왔습니다.
성당 밖에서도 아기자기한 골목과 옛 흔적들
그리고 건물의 외관을 보며 사진을 찍을 무렵이었습니다.
성당 주변에 호객행위를 하던 여러 집시 중에 애꾸눈을 한 무서운 할머니 집시가 이상한 나뭇잎을 우리에게 가져다 대며 주문같은 걸 읊조리더군요.
처음엔 친구와 몸을 돌려 피했는데 이 할머니가 어느새 내손을 꽉 움켜쥐더니 기도같은 걸 하는 겁니다.
그러더니 행운을 빌어줬으니 돈을 내놓으라고 무섭게 돌변하는데 ㅠ.ㅠ
엄마야 ㅠ.ㅠ
돈이 없다고 했더니 갑자기 자신의 옷을 들춰 부풀어오른 배를 보여주더니
임신 중이라며.. 아이를 위해서 돈을 내놓으라고 무섭게 호통을 치는데 친구가 할머니로부터 저를 떼어놓지 않았다면
정말 어떤 일이 더 벌어졌을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처음 당해보는 상황이라 너무 무섭고(일단 눈이 하나인 할머니가 너무 공포스게 생겼고)
뭔가 집시의 저주같은 건 아닐까 더럭 겁이나더라구요. (장소가 장소이다보니)
다행히 별다른 일은 없었지만
한국에 돌아와서는 아는 분께 생수를 부탁해 뿌리기도 했답니다 ㅠ.ㅠ
그라나다 성당에 가신다면 주변의 집시들을 조심하세요. 공포스런 경험을 하게 되실 수도 있습니다. ㅠ.ㅠ
그렇게 드라마틱한 감동과 깜짝 호러가 공존했던
그라나다 대성당 투어였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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