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0 만좌모를 출발해 이동한 곳은 온나노에키 나카유쿠이 이치바. ‘이치바’는 시장이라는 뜻이라 살짝 시장 같은 떠들썩한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시장이라기보다는 도로변에 있는 휴게소 같은 곳입니다. 우리나라의 휴게소가 우동, 국수 같은 간단하고 간편한 음식들이 판매되는 것처럼
온나노에키 나카유쿠이 시장에도 다양한 간편 먹거리들이 판매되고 있고, 그 가운데 몇 개 점포의 음식들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해서
오키나와 B급 구르메를 맛보기 위해 찾아간 곳.
다들 원하는 매점에서 음식을 산 뒤
빈 테이블에 앉아 자유롭게 식사를 하면 됩니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총 3가지의 음식 때문.
하나는 류빙이라는 빙수집의 아이스마운틴. 둘째는 카나짱파라의 타코라이스. 마지막으로 바다의 포도라 불리는 우미부도 돈부리.
모두 B급 구르메라 부를 수 있는 저렴한 일상식들 입니다.
류빙을 가장 먼저 발견. 귀여운 언니 둘이 주문을 받고 빙수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집이라더니 칸쟈니8, 아사다 마오, 히가 마나미 등 익숙한 인물들 방문 사진이 가득
그러니까 내가 인터넷으로 사전 조사를 해간 아이스마운틴은 망고와 드래곤 프루츠가 산을 이룬 보라 노랑의 예쁜 조합이었는데...
드래곤 프루츠는 7월부터 판매가 된다고 ㅠ.ㅠ
할 수 없이 내가 먹은 것은 망고 아이스마운틴. 빙수에 망고를 가득 두르고 산 정상에 아이스크림을 얹은 녀석이데,
과일이 많이 들어가 맛있기는 하지만 최근 눈꽃빙수부터 다양한 얼음들로 승부수를 띄운 우리나라 빙수에 비하면 기절할 맛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얼음 위에 시럽만 뿌리는 평범한 일본 빙수에 비하면 놀라운 맛일 터.
그렇게 빙수를 눈 깜짝할 사이에 흡입하고 카나짱파라라는 매점을 찾아 식사 주문을 갔는데
이런.. 이런... 타코라이스도 품절이고, 심지어 평범한 카레라이스도 품절이야. 모든 밥 종류는 이미 오늘 분량이 모두 팔렸다고 ㅠ.ㅠ
마지막 희망을 걸고 찾아간 곳은 해산물 돈부리를 파는 매점. 그런데 여기서도 우미부도 돈부리가 모두 품절 ㅠ.ㅠ (너무 늦은 오후에 왔나.. ㅠ.ㅠ)
패닉에 빠져 다른 음식점을 찾으려는데 아빠는 돈부리 집에서 판매하는 포장 초밥을 맥주와 함께 주문.
가족 여행을 가면 늘 겪는 트러블이 아빠의 급한 성격.
아무리 맛집을 검색하고 준비해 가도 눈에 띄는 아무 음식으로 계획을 변경하기 일쑤인 분이시라... 이번에도 역시나.... ㅠ.ㅠ
어느새 초밥도 다 드시고 이번엔 튀김까지 사 오셔서는... 아놔... 일본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 말고 오키나와 음식을 먹고 싶다구요!
결국 삐친 나는 파나짱파라에서 파는 오키나와 블루씰 아이스크림만 먹고 말았다는..
그런데 자색 고구마맛 맛있네요...
18:00 그렇게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그렇게 어영부영 저녁을 때우고 싶진 않았건만) 다음 목적지인 자키미 성터로 이동했습니다.
원래 이날 목적지 중에는 도자기마을 야치문노사토(ヤチムンの里)라던가 우리나라 민속촌과 같은 류쿠무라 등의 후보지도 있었으나
오후 7시부터 시작된다는 석양을 즐기기 위해서는 잔파곶 인근의 자키미 성터만 둘러보는 것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죠.
성터라는 말로 짐작이 가능하겠지만 고대 류큐왕국의 성곽으로 돌로 쌓여져 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수원성곽처럼.
설명 표지판
소나무 숲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이렇게 성곽 입구가 나옵니다.
또 안으로 들어서면 다시 기다란 성곽이 굽이굽이
성곽 위로 올라서면 주변 경치가 한눈에 펼쳐집니다.
사방이 다르게 펼쳐지는 풍경을 내려다보니 과연 요새구나 싶기도 하고, 5-600년 전인데 참 튼튼하게도 쌓았구나 감탄도 되고....
워낙에 혼자 독립적으로 다니는 거 좋아하는 가족이라..ㅋㅋ
나는 일찌감치 부모님 버리고 성곽 위에 올라와서 사진 찍고 있었고, 엄마 아빠 서로 반대 성곽으로 걸으시는.. ㅎㅎㅎㅎ
이제 뜨거운 태양도 수그러들고, 바람도 솔솔 불기 시작하니 석양을 보러 출발해볼까요...?
18:40 잔파곶에 도착해서는 택시 아저씨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석양을 보러 온 거기 때문에 7시가 넘어서까지 있을 꺼고, 만일 호텔에 돌아가는 시간이 늦어지면 추가 요금을 주겠다고.
착한 오키나와 운전 아저씨는 7시 20분까지 석양을 봐도 8시면 호텔에 도착할 수 있을 꺼라고 이야기 해주사더군요.
그리고 만일 시간이 더 지체된다고 해도 2-30분은 서비스이니 천천히 구경하라고.
잔파곶은 만좌모와 다를 것 없는 풍경이 펼쳐지는 너른 언덕과 절벽입니다. (오키나와 3대 해안곶 중 하나라고)
다만 등대와
이름모를 동상(류큐시대 사신이라는데 잘 모르겠음),
그리고 화강암으로 울퉁불퉁한 절벽 끝부분에서는 한가롭게 아저씨들이 낚시를 하고 있는 것이 달랐네요.
심지어 강아지도 데리고.
관광객만 가득했던 만좌모와는 확연하게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해가 서서히 해안으로 내려올 채비를 하고
등대와 석양을 함께 잡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잡고는
엄청나게 셔터질...ㅋㅋㅋㅋㅋ
엄마와 아빠도 이곳에서는 엄청나게 사진을 찍으셨습니다. 마치 사진작가나 된 듯한 착각에 빠질 법한 장엄한 풍경이 펼쳐졌으니....
아마 지금까지 최고의 석양 풍경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너무 감동적이어서 에브리씽을 듣는 것도 잊었으니까요.
19:20 아저씨를 위해 약속대로 7시 20분에는 택시에 탑승해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원래 일정에는 또 다른 전통음식점에서 가족식사를 하는 일정이 잡혔으나 아저씨에게 8시간 이상의 운전을 시키는 것도 미안했고,
아빠도 이미 배가 부른 상태라고 하셔서...
20:00 해변에 위치한 편의점에 들르기 위해 리조트 로비가 아닌 입구에 하차를 했습니다. 택시 요금은 약속대로 2만 1900엔. 도착시간도 정확하게 8시.
꽤나 알찬 택시투어였습니다.
20:30 리조트에 도착해서는 근 12시간 동안 진행된 투어의 피로를 풀고자 온천으로 직행했습니다.
역시나 가족들을 데리고도 하루 10곳 이상을 방문하는 저력...ㅎㅎ
21:30 숙소로 돌아오니 배가 몹시 고프더군요. 생각해보니 나는 초밥이나 튀김을 먹지 않았...
결국 편의점에서 사온 야키소바 잇페이짱과 오리온 여름 한정 맥주로 식사를 하고
후식으로는 편의점에서 사온 수 많은 과자 중 쥰님이 선전하는 오토나노 타케노코노사토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후낫시는 쥰님이 너무 좋아하는 캐릭이라 사야할 것만 같았고, 옆의 포키는 오키나와 한정 열대과일맛.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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