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아침이 밝았습니다.
07:00 제가 지난 팬미팅에 이어 이번에도 그레이서리 호텔 타마치에 묵은 이유는 딱 하나. 바로 조식 때문입니다. 미슐랭에도 등재된 이곳 조식은 양식과 일식이 모두 구비되어 있는데 특히나 일식이 아주 훌륭합니다. 아침부터 연어 후레이크랑 가마쿠라에서 먹던 시라스(치어), 우메보시, 등등을 가득 넣어 만든 오차즈케와 된장국, 각종 조림반찬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부지런히 숙소를 빠져나왔습니다.
08:30 타마치역으로 향하는 크리스마스 답지 않은 이 긴장된 인파의 행렬!!
네.. 일본은 크리스마스가 휴일이 아닙니다. 월요일이라 다들 무서운 기세로 출근을 ㅠ.ㅠ
역 앞 츠타야 매장엘 갔는데 아침 10시부터 오픈이더군요.
이왕 가는 츠타야!!! 하면서 아예 지하철을 타고 긴자로 갔습니다.
올해초 긴자에 오픈한 긴자식스.
이 건물 6층에 있는 츠타야가 각종 예술관련 서적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거든요.
근사하죠? 물론 저는 예술 서적을 사러 간 것은 아닙니다. 보검배우가 표지를 장식한 일본 잡지를 사러....
마침 일본식문화의 아름다움을 주제로한 콜렉션이 전시 중이라 일본 지방의 특산 술도 있더라고요.
장거리 여행만 예정되어 있지 않았어도 사들고 나올 뻔....
또 내부에는 조각가 야노베 겐지의 고양이 설치미술들이 전시 중이였습니다.
고양이 조각 옆에는 고양이를 모티브로한 디자인 물품도 판매중이었습니다.
예쁜 아이템이 많아서 손이 갔지만 이미 말한 대로 저는 장거리 시외버스를 타야만 해서.....
여튼 이렇게나 멋진 서점인데 보검배우가 표지인 잡지는 이미 품절인 것인지 찾을 수가 없더군요. ㅠ.ㅠ
그 밖에 다른 서적도 좀 구경하고 싶었는데 10:20 버스를 예약해둔데다, 도쿄역은 한번 길을 잘못 들으면 걷잡을 수 없이 헤매는 곳이라... 조금 서둘러 도쿄역으로 향하기로 했습니다.
짧은 일본 방문에서 딱 한 군데를 간다면 어디로 갈까?
사실 고민을 좀 많이 했습니다.
지난번 일본 팬미팅 때 도쿄가 처음인 보검배우라면 어디를 갈까? 하고 고민하다 방문했던 디즈니씨가
보검배우가 디즈니랜드를 방문하며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진 데 반해, 이번엔 보검배우가 갔던 스팟이 도쿄에 꽤 많았던 관계로 실패없이 보검투어를 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 많은 곳을 다 돌기엔 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했고, 또 이미 알려진 곳은 다른 분들이 많이 갈 터이니까 한군데만 간다면 아무도 찾지 않은 온천을 가보자!!!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팬미팅에서 보검배우가 공개한 이 온천은 뒤에 후지산이 보인다는 것 밖에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습니다. 시즈오카현과 야나마시현 사이에 위치한 후지산의 높이는 무려 3776m. 때문에 야마나시현과 시즈오카현은 물론이고 도쿄가 있는 칸토지역 전반까지 후지산이 보이는 곳은 너무 광범위하죠. 심지어 하코네 온천에서도 후지산이 보이는 온천이 있더라고요. ㅠ.ㅠ
그리하여 이건 무리다! 라는 생각에 1차 포기.
그런데 출발을 얼마 남기지 않고 일본 잡지 인터뷰에서 보검배우가 다시 가보고 싶은 곳으로 이 온천을 꼽더라고요. 그렇게 기억에 남을 만큼 좋은 곳인가요??
그리하여 에잇... 한 번 뒤져보자!라고 다시 생각을 바꿨습니다. 일단 온천 때 입었던 의상이 후지큐하이랜드를 갔던 날과 같은 착장이었고(라기엔 도쿄타워도, 오다이바도 다 같은 옷으로 하루에 둘러보신 ㅠ.ㅠ - 우리보다 더 빡세게 투어하시는 소장님 ㅠ.ㅠ), 운이 좋았던 건지 둔한 건지... 저는 뒤로 보이는 파란색이 호수라고 생각했거든요 (가봤더니 운동장이었지만...ㅋㅋㅋㅋ)
그래서 후지큐 하이랜드 주변의 호수부터 샅샅히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와구치호수, 사이호수, 모토스호수, 야마나카호수 등등 인근 호수의 온천을 모두 샅샅히 뒤지고 일웹을 모조리 검색을 했는데... 나무로 된 울타리와 동그란 창의 온천은 그 어디에도 없더라고요. (그도 그럴 것이 온천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라 홈페이지 사진 외에는 그리 많은 사진 자료가 없거든요)
3일을 그렇게 찾다가 거의 포기의 단계의 돌입할 무렵.
무려 우리나라 네이버 블로그에서 가와구치 온천으로 검색했을 때 발견한 하나의 사진
https://blog.naver.com/kkorria/110080733671 (이 블로그의 사진)
이 사진의 나무 울타리와 건물 벽의 색과 줄무늬가 보검 배우가 서있던 벽체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https://blog.naver.com/ansij/120190989343 (이 블로그의 사진입니다)
동그란 창과 후지산!!!
그런데 호수는 없고.... 뭔가 확신이 100% 안드는 상태로 온천에 일본어로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틀 후 온천으로부터 답신이 왔습니다. 이때만해도 좌우반전이 됐다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의해를 못했는데(셀카였음 ㅠ.ㅠ) 여튼 현관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는 답신이었습니다. 이때부터 부랴부랴 도쿄에서 가와구치호수로 가는 차편을 검색하여
http://travel.willer.co.jp/ 사이트에서 도쿄에서 가와구치호수를 왕복으로 다녀오는 시외버스를 예약했습니다. 사실 가는 길에 정차하는 후지큐 하이랜드도 들려 보검투어를 할까 고민했으나, 저녁에는 도쿄에서 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온천만 다녀오기로 했죠.
10:00 그리하여 버스가 정차 한다는 도쿄역 야에스 남쪽 출구를 무사히 찾아
버스정류소로 가서
9번 승강장에 정차해 있는 가와구치호수행 버스에 탑승하였습니다.
약 2시간 가량의 버스여행이었지만 날씨는 쾌청했고, 도쿄시내를 벗어나서부터는 내내 후지산을 바라보며 달리기 때문에 차창밖 경치가 그야말로 훌륭했습니다. 이렇게 일본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한 것은 거의 처음인데(주로 철도를 이용) 꽤나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잠깐 정차했던 후지큐 하이랜드 (다른 분들은 일정 짜실 때 포함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보검배우가 찍은 이 사진이 바로 후지큐죠.
그리고 후지산역을 지나
12:30 마지막 종착역인 가와구치호수역에 버스가 정차했습니다.
역 한켠에는 예전에 운행된 철도가 전시되어 있고
그 뒤로는 짜잔~~~ 바로 거대한 후지산이 흰 눈모자를 쓰고, 눈보라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진짜 거대한 산이라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네요. 역에서 온천까지는 셔틀버스가 운행 중이지만
시간이 10:30 / 12:00 / 15:00 / 18:00 이렇게 배정되어 있어 택시를 이용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가는 길에도 내내 이렇게 후지산을 바라보며 갑니다.
아저씨가 이렇게 후지산을 구름 한 점없이 볼 수 있는 건 아주 운이 좋은 거라고 말씀해주시네요. 어제 아침만 해도 구름이 많아서 후지산이 잘 안보였으나 밤에 비가 와서 이렇게 깨끗한 하늘이 됐다고 합니다. 이번 여행에는 비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비가 내려 인천공항의 안개가 걷히며 하늘길이 열렸고, 또 전날 내린 비로 이런 후지산을 보게 되네요.
그렇게 한 30분을 달려서 도착한 곳은 . 바로 유라리 온천입니다.
풀 네임은 富士眺望の湯ゆらり. 후지산조망온천 유라리. 라고 해석됩니다.
주소는 Yamanashi Prefecture, Minamitsuru District, Narusawa, 8532−5 / 山梨県南都留郡鳴沢村8532-5
드디어 도착했어요!!!! 보검 배우의 스키나바쇼!!!
입구에는 온천에 대한 상세 설명이 있는 표지판이 있습니다.
계단을 올라
바로 현관 앞에서면
딱 보이는 풍경... 네.. 제가 호수라 생각했던 곳은 운동장이었습니다.
하지만 호수라고 착각했기 때문에 이곳을 찾을 수 있었던 거니까 무한 감사.
기쁜 마음에 인증컷을 찍으려고 사진을 대어보니... 쥔장이 왜 역전된 사진이라고 말했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이게 보검배우 셀카여서 창이랑 산이랑 방향이 맞지가 않아요 ㅠ.ㅠ
혹시 다음에 인증컷 준비해가시는 분들은 사진을 역전해서 출력해가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전날 구입한 시즌그리팅 등신대로 인증사진을 대신 ㅠ.ㅠ
안으로 들어가 기계로 입욕권을 뽑고
긴 복도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온천이 나옵니다.
그리고 사실 여기부터는 촬영이 금지된 공간이라 온천 내부에서는 촬영을 못할 것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이게 웬일입니까... 우리나라는 크리스마스지만 이곳은 평일인 월요일에 갔더니 온천에 사람이 너무 없는 겁니다.
게다가 노천온천에는 진짜 한사람도 없더군요. 거대한 온천장을 나 혼자 전세낸 기분.
그리하여 온천 풍경을 몇 컷 공개합니다. 정말 최고의 뷰 아닌가요?
너무 한적하고 기분이 좋아서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보검배우 노래 들으며 나 홀로 온천을 즐기기도 했답니다. 진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이런 절경을 바라보니 낙원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연말의 피로도 모두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왜 보검 배우가 또 오고 싶어했는지 충분히 이해되는 풍경이었습니다.
온천을 마치고 나서는 늘 하는 나만의 의식. 커피우유 마시기.
일본 온천에는 병우유를 팔기 때문에 더욱 좋습니다.
온천 한 편에는 식사를 하는 곳도 있고, 안마를 받는 곳도 있으며, 이렇게 기념품을 파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돌아가는 차편의 시간이 촉박했던 관계로 (온천이 너무 좋아서 오래 놀아버렸다는)
카운터에 택시를 불러달라고 부탁을 하고, 편지에 답변을 줘서 고맙다는 인사까지 제대로 한 후
15:00 온천을 나섰습니다.
마지막으로 보검배우 인증 사진 장소에서 나 역시 사진을 좀 찍고는
부지런히 택시를 타고 다시 가와구치호수 역에 도착했습니다.
역 앞에는 택시 아저씨가 꼭 먹고 가라고 신신당부를 하신 호우토우후도(ほうとう不動)라는 전통 칼국수를 파는 가게가 있었는데
역시나 시간 관계상 눈물을 머금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래도 버스를 타기 직전 수 많은 후지산 기념품 가운데
유명하다는 후지야마 쿠키를 사서 버스에 탔는데 배가 고팠는지 참으로 맛있었네요.
이제 도쿄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고
흰 모자를 후지산 처럼 흰 초콜렛을 쓴 쿠키를 먹으며 다시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일본을 여러번 다녔지만 후지산 여행은 처음인데 너무나 좋은 추억을 남겼네요. 다시 한번 장소 추천해준 보검배우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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