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떠난 열흘 간의 스위스 & 이탈리아 여행 20편 (終)
06:30 드디어 여행의 마지막날. 마지막 일정이었던 스페인 광장과 트리니타 데이 몬티 성당을 어제 모두 클리어했기 때문에 저녁 5시 비행기 탑승까지 별다른 일정이 없는 상태. 때문에 한가롭게 늦잠을 즐겨도 되는 날인데 역시나 습관이 무서운지 또 새벽에 기상을 해버렸습니다.
일찍 일어난 김에 호텔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가 너무 억울했습니다. 이 호텔 조식이 엄청나게 훌륭하더라고요.
홍차만도 저 정도로 다양하게 늘어놓을 정도니 음식들은 말할 것도 없겠죠?
식사를 마친 후 대강의 짐을 싸놓고는
이제는 제법 능숙하게 버스 노선도 찾아서 시내 산책에 나섭니다.
09:00 베네치아 광장을 돌아 버스에서 하차한 곳은 로마 야경투어 때 들렸던 나보나 광장.
안쪽 골목으로 돌아들어가니 목적지인 판테온의 뒷편이 등장합니다.
판테온은 야경투어 때 들렸던 곳이지만 제대로 감상을 하고 싶어 오전에 다시 방문을 했는데요
화려한 전경과 달리 훼손이 많이 된 뒷 모습은 뭔가 짠하더라고요.
제대로 정문으로 돌아나와
안으로 입장을 합니다.
판테온은 기원전부터 다양한 모든 신을 기리는 만신전이었다고 하는데 동그란 내부에 다양한 신들의 제단이 있었다고 합니다.
609년부터는 성당으로 사용되어 지금도 내부는 성당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오쿨루스라 불리는 돔이 로마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되고 보존상태도 좋다고 하는데
천장에 있는 유일한 이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이 벽면에 반사되는 모습을 미켈란젤로나 라파엘로도 '천사의 디자인'이라며 극찬을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날이 좋은 오전에 들어오니 그 영롱한 빛을 직접 체험하게 되네요.
반사된 빛들이 내부를 구석구석 비추는 것도 꽤나 근사했습니다.
사실 그동안은 소매치기가 많다는 관광지들은 경계하느라 카메라를 타인에게 맡기지 못했는데, 여행의 마지막 날에는 모든 경계심이 사라져 현지인들에게 카메라를 맡기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네요.
조금 더 일찍 경계를 풀고 느긋하게 유럽을 즐겼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신전을 빠져나왔습니다.
아마도 이 기둥으로 나오는 길이
유럽여행 영상에서 보검배우가 꼬마아이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어주던 그 지점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영상 속 이 문구로 인해
로마 스팟들 중에는 콜로세움 다음으로 금방 찾은 장소였습니다.
저 든든한 기둥들을 배경으로
친구들과 인증사진을 찍었기에
저 역시 로마에서 마지막 스팟 인증을 해봅니다. (마지막이라고 사진도 구겨짐 ㅠ.ㅠ)
판테온 관람을 마친 후에는
바로 판테온의 뒷골목에 위치한 로마의 커피 맛집으로 알려진 타짜 도로로 향했습니다.
이 카페 역시 아간투어 때는 영업이 종료되어 가보지 못했던 곳이었거든요.
과연 인기 카페답게 대기줄이 꽤 있었습니다.
커피를 좋아해 여행을 가면 종종 원두를 사오기도 하는데 이곳에서도 로스팅된 원두를 사갈까 고민을 했으나
짐을 계속 늘릴 수는 없는 상태여서 일단은 패스
대신 여행 마지막날이 되어서야 이탈리아 사람들이 카페를 이용하는 방식인
카운터에서 스탠딩으로 에스프레소 마시기에 도전! (사실 자리가 없기도 했지만 ㅋ)
쓸까봐 설탕을 가득 섞어 마셨는데 오.. 여기 커피 정말 맛있는데요?
커피를 마신 후
골목을 돌아다니다
문을 연 약국을 발견하고는 이탈리아 여행을 가면 누구나 사온다는 마비스 치약을 구매한 후
골목을 따라 돌아다니다보니 눈 앞에 나타난 몬테치토리오 궁전. 현재 이탈리아 하의원 의사당 건물로 사용 중으로
건물 앞의 오벨리스크 역시 이집트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합니다.
몬테치토리오 궁전을 바라고보 왼쪽 골목을 따라 내려가다보면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젤라토 가게 졸리티가 나옵니다.
파시와 아모리노는 한국에 들어와서 이미 먹어봤고
이탈리아에서는 올드브릿지, 그롬, 블루 아이스, 벤키에 이어 졸리티까지 왔으니 이정도면 젤라테리아 순례도 무사히 마친 거겠죠?
카페테리아를 겸하고 있어서 매장도 꽤 크고 100년의 넘는 전통을 자랑하듯 클래식한 분위기였습니다.
레몬과 샴페인 맛 젤라토를 먹으며 시내 산책을 좀 더 합니다.
11:00 딱히 살 생각은 없었는데 비알레띠 매장도 발견한 김에 모카포트도 하나 구입했네요.
12:30분 공항으로 가는 셔틀을 예약한 관계로 이제는 숙소로 돌아가야합니다.
숙소로 가는 길에 작은 동네 우체국을 발견하여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보검배우 생일을 축하하는 카드를 보내고
(말도 안통하고 - 직원이 영어를 전혀 못해요 ㅠ.ㅠ, 일반 우편으로 보내서 과연 카드가 도착할까 걱정을 했는데
이번 네스카페 사인회 때 받았다는 답변을 받고 기뻤습니다. ^^)
다시 숙소로 돌아와 마지막 체크아웃을 했습니다.
이제 길었던 저의 여름 휴가도 끝이네요.
12:00 혼잡한 테르미니 역 중에서도
더 복잡했던 셔틀버스 정류소에서 간신히 예약해 놓은 공항행 버스를 찾아 무사히 짐을 맡기고
드디어 로마를 떠납니다.
그동안 하드한 스케줄에 지쳐 집으로 간다는 안도감 반, 그래도 아쉽다는 서운한 마음 반을 안고 차창 밖을 바라보는데
버스에서 흐르던 Wham!의 <Freedom>
그러게요.... 자유를 만끽했으니 이제 다시 속박된 삶으로 돌아가야하는 건가요?
13:50 피우미치노 아에로포르토라고도 불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공항에 일찌감치 도착한 이유는 복잡하다는 텍스리펀을 받기 위함이었는데
VAT REFUND 마크를 따라간 장소는
의외로 한산.....
별다른 물품검사도 없이
환불도 무사히 받았습니다.
카타르 항공 카운터를 찾아 티켓발권을 마친 시각은 고작 3시반.
비행기 탑승까지는 1시간 반이나 남아 있네요. (공항을 너무 일찍 왔어 ㅠ.ㅠ)
그리하여 공항 레스토랑에서 간단한 식사를 한 후 (연어구이와 미트볼 맛있었다 ㅠ.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흔적이 보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과도 이제 작별을 고합니다.
볼거리 가득했던 스위스와 이탈리아...
언제 또 오겠어 하며 열심히 다녔지만 역시나 떠날 때가 되면 다시 와야지... 그 때는 더 제대로 즐겨야지 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느 여행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안녕 이탈리아.
이제 카타르항공을 타고 도하로 날아갑니다.
올 때는 영화도 보고 여유있게 비행을 즐겼는데 돌아가는 비행기에서는 식사도 간신히 하고 내내 숙면...
어지간히 피곤하긴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도하공항에서 제게는 마지막 미션이 있었습니다.
올 때 찾았던 <꽃보다 청춘 - 아프리카 편>의 보검스팟이 D1 구역도 같은 구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었거든요.
12:00 그리하여 심야에 도하공항에 내린 저는 저의 환승게이트를 찾기도 전에 음료수만 하나 사들고는 공항 끝으로 전력질주!!! (환승대기 시간이 1시간 가량이라 서둘러야 했습니다) 그리고는 공항 반대편은 전혀 다른 구조였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드디어 이 장소가
여행 출발 때 인증했던 장소가 맞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 장소에서 사진을 다시 찍으려는데
하필 딱 보검 배우 자리에 앉으신 형님께서
그 앞을 자꾸 알짱거리는 저를 째려보시기에 차마 비켜달라는 소리는 못하고 조용히 철수 (힝~~~)
그리고 30분의 시간을 남기고 저의 환승 게이트를 찾아 다시 터벅터벅 이동을 했습니다. 이제 모든 미션을 완료했다는 안도감 때문이었을까요. 정말 급작스럽게 밀려오는 피로감... 근데 제가 찾아간 환승게이트는 심야시간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여러개 차지하고 누워 있거나 해서 빈 의자가 하나도 없는 상황인 겁니다.
주변을 두번이나 빙글빙글 돌았는데 빈 의자가 하나도 없길래 퍼스트 클래스 앞쪽의 의자들을 보다가 어느 젊은 두 남자 사이에 딱 하나 남은 빈자리를 발견!!! 너무나 기쁜 나머지 그 자리로 달려가 앉으려는데
왼편의 남자는 모자를 더 깊이 눌러쓰고, 오른편의 남자가 갑자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길래.... 아니 비행기 안도 아닌 모두가 동등하게 이용하는 대기석 공항 의자까지 퍼스트 클래스 입구 쪽에 앉는 다고 나를 쳐다보는 건가? 싶어서 나도 당당하게 같이 쳐다봐주고는 그냥 빈자리에 앉아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열심히 꽃청춘 장면을 캡쳐하고 제가 찾은 보검존을 트위터에 열심히 포스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니까 당시 이 포스팅이 제가 도하공항에서 환승을 기다리며 열심히 올렸던 포스팅인데
이 때 한 여자분이 내 앞쪽으로 살금살금 다가오더군요.
그러더니 내 왼편에 앉은 남자분에게 나직하게 하는말.... "저기요.. 죄송한데 제가 너무 팬이여서요....."
엥? 내 옆에 앉은 남자 누군데? 싶어서 고개를 돌리니 무려 정우성 배우!!!
그니까 정우성 배우와 매니저 분이 내 양 옆의 남자분이었고, 매니저분은 일부러 정우성 배우 편히 쉬라고 한칸 옆에 앉았는데
내가 그 사이를 떡 하니 가서 앉았으니 나를 쳐다본 것.... 아놔...... ㅠ.ㅠ
너무 미안한 마음에 옆에 계신 매니저 분에게
"죄송해요.. 저 몰랐어요.... ㅠ.ㅠ"
라고 사과를 했더니 매니저 분이 웃으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하고 웃더군요.
잠시 후 비행기 탑승이 시작되고 정우성 배우가 비행기 탑승하러 줄을 서러 이동했을 때야 자리에 앉아 뒷모습 한장을 찍었습니다.
딱 그 일이 있은 후 4개월만에 사진을 올리네요.. ^^
뭐.. 정우성 배우가 이 포스팅을 볼 일은 없겠으나 옆에 앉아서 천연덕스럽게 박보검 배우 사진 검색하던 사람이 접니다 ㅠ.ㅠ
당시 매니저 분도 저보고 웃으셨지만 진짜 모르고 거기 앉았습니다 ㅠ.ㅠ
02:00 그렇게 정우성 배우와 한 비행기를 타고
(같은 비행기라지만 저는 이코노미석이니 볼 일도 없고, 그리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그야말로 밥도 안먹고 졸도를 해서)
17:30 그렇게 저는 기나긴 숙면과 함께 무사히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마지막날 쇼핑물품 인증샷.
그리고보니 비싸게 주고 이탈리아 공항에서 사온 트러플 아직도 안먹었는데...
여튼 보검배우 덕분에 용기를 내어 떠났던 나홀로 유럽여행.
이 정도면 꽤 혼자서도 잘 다녀온 것 같은데... 덕분에 좋은 추억 많이 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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